미네소타 겨울을 견뎌 내려면? 2탄

스키를 타라!

………라고 우리 룸메가 말했다.

나는 아주 정상적인 보통 사람이다. 그저 무난하게 살면서 그냥 작은거에 해피해 하고..뭐, 그런.
이 추운 겨울날, 눈빨을 헤치고, 무거운 장비를 들고, 바람에 휘날리는 체어 리프트를 타고, 산꼭대기로 꾸역꾸역 올라가서, 눈길을 단 몇분만에 무서운 속도로 내려오는, 그 와중에 여기저기에 있는 장애물을 피해가며, 찬공기에 입술이 부르트고 새하얀 눈에 반사된 햇살에 뺨따구 구워가며 스키를 타는걸 절대로 즐기지 않는, 보.통. 사람이다.

이렇게 추운 날에는 따뜻한 집.안.에서 따뜻한 오뎅국물을 휘저으며 떡볶이를 먹을까 말까 고민도 하고 옆에서 떠들고 있는 티비에 나오는 드라마의 막장 시나리오 작가를 씹으며 쥔공의 출생의 비밀을 궁금해 해야 정상인데…. 그래야만 하는데….미스테리한 유전자를 보유한 우리 룸메와 그를 꼭! 빼닮은 나의 외동딸이 “스키”를 타러
“스키장”에 가시겠단다. 그대들은 뉴스에 나오는 고속도로의 처참한 광경이 안보이느뇨!???? 눈에 미끄러진 차들이 여기저기 배내밀고 누워 있던 장면이!

그래도 간덴다. 어쩔수 없이 따라 나섰다. 그래도 나는 내새끼가 귀한 엄마이기 때문에 먹을것을 바리바리 싸들고 나설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남의 새끼인 룸메만 간다고 하면 “어디가서 뼈부러지지만 말고 돌아오삼” 하고 쿨하게 보낼텐데, 귀한 내새끼가 간다고 하니 스키장 갈때면 항상 가지고 가는 짐보따리를 주섬주섬 챙겨서 따라 나선것이다.

역시나 스키장은 추웠다. 바람도 쌩쌩불고, 눈빨도 지저분하게 휘날렸다. 얼래? 우리 룸메랑 나의 외동딸만 이상한 유전자라 추위를 안타는가 했더니만 비슷한 외계인이 많네? 스키장은 그런 인종들로 붐비고 있었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찬바람에 빨개진 뺨과 매서운 바람에 절로 줄줄 흐르는 콧물이 드나드는 코를 하고 스키장 곳곳에서 알록달록 색상의 스키잠바를 입은 인종들이 쌩쌩 내려오고 있었다. 니들은 어느별에서 왔니???? 야! 너! 코물이 나오다 얼어붙은 너! 말야!

우리 룸메와 외동딸도 밖으로 조아라 나가서 싱싱 스키를 타고 있었다. 나는 가방과 음식과 이런저런 잡동사니들을 포함한 주변을 정리하고 그제야 겨우 나만의 시간이 돌아 온것에 안심하고 있었다. 축축하고, 쉣!, 어둡고, 쉣!, 딱딱한, 쉣!, 의자가 있는 스키장 샬렛에서 자리를 잡고 우아하게 독서를 즐기려 하고 있었더랬다. 30분도 채 되지않아서…

까똑! 룸메로부터 카톡이 왔다.
“니딸이 배고프데”… 우.웃기시네!!! 지가 배고프면서!!

내가 할수 있는 온갖욕을 속으로 되돌이표 무한 반복하며 가져온 가방에서 물끓이는 전자포트를 꺼내서 물을 올리고 컵라면을 꺼내서 먹기 좋게 세팅했다. 입맛이 촌스럼의 극치인 룸메가 좋아죽는 커피믹스도 한두개 꺼냈다. 입가심으로 꼭 커피믹스를 타 드셔야 한단다, 쳇! 물이 끓어 컵라면에 붇자마자 룸메와 외동딸이 들어오셨다. 맛있게 후루룩 후루룩 드신다. 나는 저쪽 구석탱이에 숨고 싶었다. 노란머리, 파란 눈동자의 미국아그들이 득시글 데는 스키샬렛 안에서 김치 컵라면 냄새가 진동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미국아그들이 자꾸만 쳐다 보는것 같았다. 나는 얘들하고 모르는 사람이예요! 하고 싶었지만 거짓말 못하는 나의 얼굴과 귀는 이미 빨개져 있었다. 너무 챙피했다. 얼굴이 점점 더 달아오르는것 같았다. 마침내 열이 오른 내가 눈을 부라리며 우리집 외계인 둘에게 물었다 “여기까지 와서 컵라면을 꼭! 반드시! 무조건! 먹어야만 하냐!!!?”
짝눈 룸메가 시크하게 대답했다. “웅! 후루륵”
쬐끔 예쁜 짝눈 외동딸이 천진난만하게 말했다. “웅! 엄마, 삶은 달걀 줘!”
………………….나는 조용히 달걀 껍질을 깠다……..달걀은 구워야 더 맛있는데…흑흑흑…..

동네에서 쬐끔 먼 스키장

GiantsRidge:
엄청 춥고 스키런도 단순하지만 사람이 많지 않아 탈만함. 여름에 골프코스로 더 유명함. 스키인스키아웃 리조트도 왠만큼 괜찮음.

Wild Mountain:
에프톤 보다 작고 시설도 그저그럼. 그래도 아이들이 놀기에 좋음.

Trollhaugen:
모든면에서 에프톤 보다 후지지만 좋아하는 사람도 꽤 있음.

Spirit Mountain:
들루쓰에 있는 스키장이라 몹시 추음. 오대호를 바라보며 스키 탈수 있어서 사람들이 좋아함. 스피디한 리프트를 타면 추위를 더 느끼게 되니 은행강도 마스크는 필수임. 바로 주변에 코딱지만한 워터파크도 있어 어린 아이가 있는집에선 좋아함.

Lutsen Mountains:
스키패키지 (콘도 플러스 리프트 티켓)가 제일 좋은 딜임. 12세 이하는 공짜로 머물수 있지만 리프트 티켓은 사야하는데 어떨땐 어른 티켓 사면 어린이 티켓 공짜로 사는게 저렴할때도 있으니 짱구 잘 굴려야함. 호수를 바라보며 스키탈수 있음. 스키를 안타는 사람도 곤돌라 타고 올라가 볼만함. 어떤 리조트는 셔틀버스, 하이킹 투어나 캠프 파이어, 스모어스 등을 무료로 제공하는 데도 있음. 애들이 딥따 좋아함. 그랜드마리에서 가까워서 관광도 할수 있음 (그랜드마리에 진짜 별거 없는데 사람들은 좋다고 함). 땡스기빙이나 스프링때 좋은 딜이 나옴. 크리스마스 때도 괜찮은편이나 25일 이후로 사람이 붐비는편임. 스키스쿨이 좋은편임. 리조트 선택할때 수영장 등 부대시설도 확인해야 함. 먹을만한 식당이 없는편이라 음식보따리 잘 챙겨 가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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