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명대사 2 – 나는 어머니의 자부심이다. 잊지 말자.

바둑은 진짜 하나도 모르는데, 왜 이렇게 공감이 되는걸까?

미생은 바둑에 자신의 유년시절을 바친 인물을 활용한 독특한 전개를 펼치고 있다. 바둑의 “ㅂ” 도 모르는 내가 사건이 진행되면서 나오는 바둑용어들이 난무하는 인물들의 대사에 빠져드는 이유는 사실 장그래가 겪는 일들은 우리가 회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일들이기 때문이다. 업무가 있고, 역할이 있고, 정치가 있고, 관계가 있다. 등장하는 이들 또한 어느 회사에나 하나쯤 있음직한 인물들이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다. 가끔 사회적 이슈도 등장한다. 비정규직, 노동, 육아, 여성, 부정등이 적당히 버무려져 실제로도 바쁜 일상속에서 이런 일들이 우리 주변에서 일어났을때를 생각나게 한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대사에서 공감을 하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내가 미생을 보면서 울컥 했거나, 가슴이 먹먹했거나 미친듯이 답답하거나 했던 그런 대사들을 조금씩 들여다 보면서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살며 또 내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더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물론 다른사람들과 살짝 핀트가 안맞을수도 있겠지만…

많은 명대사중에 몇가지만 추려본다면….

그러게요. 스물여섯 살이 될 동안 뭘 했을까요, 난?

장그래가 한말이다. 내가 스물여섯살이었을때 나는 과연 장그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던가? 물론 나는 더이상 스물여섯살이 아니지만, (슬프게도…) 이런 고민을 아직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 슬프게도…)

언제나 그랬다. 매일 새벽같이 일어나 기원에 가는 길에도. 야간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도. 아무리 빨리 이 새벽을 맞아도. 어김없이 길에는 사람들이 있었다. 남들이 아직 꿈 속을 헤맬 것이라 생각했지만…….언제나 그렇듯 세상은 나보다 빠르다.

일년에 달랑 몇번 중요한 회사 업무 때문에 새벽부터 집을 나선적이 있었다. 어슴프레 동이 트기도 전이라 한가로울 길거리를 기대하였는데, 어쩐지 그 시간의 거리는 바쁘게 생업을 향하는 사람들로 가득했었다. 장그래의 대사를 듣고 그 때가 생각났다. 평소때라면 아직 꿈속을 헤맬 그 시간, 세상은, 다른 사람들은, 나보다 더 빠르고 바쁘게 생활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약간의 충격과 함께 잠시 반성했던 기억이 난다. 그 뒤로 내 생활이 바뀌었느냐 하면…? 뭐, 별로? 다시 반성모드….

선택의 순간들을 모아두면 그게 삶이고 인생이 되는 거에요

한석율이 한말이다. 모든 선택의 순간들은 어쨋든 본인의 책임으로 돌아오게 되어있다. 잘못된 선택이 될 수도 있고, 최고의 선택이 될 수 있지만 그 모든 것은 결국 나의 인생이 되는것이다. 어린녀석이 이런걸 벌써 깨닳았다니… 대단하다…

…….잘하자

단 한마디 다. 최전무가 한말이다. 그런데 저 한마디에 달린 무게감이 장난아니게 크게 느껴졌다. 잘하고 싶고 잘해야만 하고 또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더 잘해야겠다.

세상이 좋아졌다고 해도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건 쉽지가 않아. 워킹맘은 늘 죄인이지. 회사에서도 죄인, 어른들께도 죄인. 애들한테는 말할 것도 없고. 남편이 도와주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야. 일 계속 할 거면 결혼하지 마, 영이씨. 그게 속편해

죄인이 되기보다 차라리 결혼을 하지 않는게 속 편하다는 선차장의 말은 워킹맘들의 현실을 보여준다. 안영이의 멘토라 부를 수 있는 선차장은 회사내에서 인정받는 워킹맘 이다. 나는 선차장과는 달리 그리 성공한 직장인은 아니지만 육아를 병행하며 회사를 다니면서 절절히 느낀점이라 진짜 많이 와닿았다. 새끼 떼어놓고 일터로 향하는 발길이 얼마나 무거운지, 내가 모르는 내 아이의 시간들때문에 마음이 얼마나 더 무거운지, 내일은 일찍와서 놀아주겠다고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게되는 죄책감에 입은 또 얼마나 무거운지, 이세상의 워킹맘들은 다 알것이다. 욱, 생각하니 또 미안해지네? …딸! 옴마가 오늘 저녁 니가 젤 좋아하는거 해줄께! 피가 뚝뚝 흐르는 레어스테이크, 콜?

답이 없다 답이! 우릴 위해 열심히 사는건데, 우리가 피해를 보고 있네

아이를 키우면서 수없이 했던 고민중 하나.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지금을 희생하느냐 라는것. 그리고 지금을 놓치면 나중에 온다는 기약없는 미래가 정말 더 좋을까 라는것…..그런데 정말로 답이 없더라.

길이란 걷는 것이 아니라, 걸으면서 나아가기 위한 것이다. 나아가지 못하는 길은 길이 아니다. 길은 모두에게 열려있지만, 모두가 그 길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길만 있어도 안되고 걷기만 해서도 안된다. 걸어가면서 나아가야 한단다. 근데 그 길이 나에게 열려있지 않을수도 있단다. 참…버겁다.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 그 길을 가질수 있단 말인가?

과거가 우리 발목을 잡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알고 보면 우리가 발목을 잡고 있을 때도 많거든요

생각하면 할수록 무서운 말이다. 어떻게 해야 내가 나도 모르게 잡고 있을지도 모르는 발목을 풀고 내갈길 갈수 있을까? 그냥 아무생각 없이 총알 택시를 타고 싶어 진다. “아저씨, 그냥 직진만 해주세요”라고…

대부분의 잘못된 선택은 후회로 남다가 잊혀지지만, 다 그런 건 아니니까요. 어떤 것들은 아주 끈질기게 앙갚음을 하잖아요. 잊히지도 않고, 그렇다고 돌이켜지지도 않고

흐미….자칫 욕나올뻔 했다. 너무 정곡을 찔려서…….니 ㅁ………..

판이 안 좋을 때 위험을 감수하고 두는 한 수, 국면전환을 꾀하는 그 한 수를 바둑에서는 묘수 또는 꼼수라 부른다. 묘수가 빛나는 바둑이란 그동안 불리한 바둑이었다는 반증이다.

나름 꼼수를 잘 부리면서 살아왔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 보면 이렇게 빤히 보이는 유치하기 짝이 없는 수를 두며 살아온걸 느낀다. 쪽팔려! 차라리 걍 직구나 날릴껄!

그래,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바둑이 있는 거다

그래. 누구에게나 이런게 있단다. 인정할건 인정하고 존중할건 존중해 달라.

허겁지겁 퇴근하지말고 한번더 내자리를 뒤돌아봐 그럼 실수를 줄일수 있을거야 신입때부터 익혀온 내 습관이야.

아, 다행이다. 이런게 좋은 습관인가보다. 나만 한심하게 소심해서 그런게 아니었어. ㅎㅎ

어쩌면 우린 성공과 실패가 아니라 죽을때까지 다가오는 문만 열어가면서 살아가는게 아닌가 싶어

이젠 좀 그만 열고 싶다고요….항상 생각하지. 이번만 넘기면 끝나는거야. 다음만 나오면 좋아지는거야라고. 근데 이걸 죽을때까지 하라고? 아우쒸, 담엔 걍 퍼질러 앉아버릴테다! 배 째!

열심히 해도 안 되고, 안하면 더 안 되는 이 상황. 뭐 어떻게 해야 되는 거죠?

뭘 하긴 뭘해. 묻긴 왜 물어. 걘들 알겠냐? 다들 그냥 게기는 거지. 객기나 부리면서…

장그래가 한 진짜 명대사…

나는 어머니의 자부심이다. 잊지 말자.

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 …잊을수가 없다.

오늘도 참 열심히 살았네요

매일을 이렇게 말할수 있으면 좋겠다. 하지만 늙고 지친 몸은 다른 말을 한다. “걍, 대충 때우자” 라고. 나는 이렇더라도 우리딸은 이런거 배우면 안되는데…잠시 이기적인 생각을 해본다.

이 세상에 100% 맞는 사람이 어딨어 서로 맞춰가면서 그렇게 지내는거지

참말? 진짜? 정녕? 다들 그런가? 그게 최선인가?

스스로를 드러내고 돋보이고 싶은 의욕이 앞서면 조급해지는 법이죠

진짜 그렇더라. 마음이 너무 앞서면 잘 할수 있는것도 실수할때가 있더라고. 근데 알면 뭐해. 담에 또 같은 상황이 오면 또 그렇게 할것을….

네가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체력을 먼저 길러라. 네가 종종 후반에 무너지는 이유, 데미지를 입은 후에 회복이 더딘 이유, 실수한 후 복구가 더딘 이유. 다 체력의 한계 때문이야

뼈져리게 와닿는 말…그치만 따를수가 없는 말….그리고 달라지지 않는 나를 향한 말…저질체력을 바꾸려는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는 나는…혹시 의지박약..?

아, 백기씨, 내가 무서운 얘기 하나 더 해줄까요? 내일 월요일이에요

…………………………………………………………………………………….참…덧말이 필요없다. 소름 끼쳐..

회사는 전쟁터라고? 밖은 지옥이다

흐미…..갑자기 막 얄미웠던 아랫사람이 예뻐 보이고, 티꺼웠던 동료가 정겹게 여겨지고, 울화가 치밀게 하던 보스가 친근하게 느껴진다. 또 막, 열심히 일하고 싶은 욕구가 샘솓는다, 전화도 마구 친절하게 받게된다…왜 그러지, 나?

회를 거듭해서 보니 미생에서는 바둑의 수를 연관시켜 그 상황을 알려준다. 다음 일어날 일에는 어떤 바둑판에 놓일 한 수가 적용될것인지 궁금해진다. 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대사와 에피소드는 나를 몰입하게 했다. 아마도 우리가 미생에서 우리의 일상을 보기 때문이 아닐까. 한판의 바둑과도 같은 인생이다. 우리도, 미생의 ‘장그래’도. 그래서 다음 수가 궁금해졌다. 금요일아! 빨리 오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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