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소타 겨울을 견뎌 내려면? 4탄
미네소타의 겨울을 견뎌 내려면?
스키를 타라!
…………………………라고 우리 룸메가 말했다.
에픽 패스를 큰맘 먹고 샀다. 물론 나는 빼고 우리 룸메랑 내 외동딸것만. 미춌쑈? 내가 스키패스 따윌 사게? 내가 추은날 그 무거운 스키장비를 금쪽 같은 내 몸에 매고 눈보라를 헤치면서 다니는그런 짓을 할리가 없지! 그런건 힘이 넘쳐 나서 추체할수 없거나 영하를 밑도는 추위정도야 빤쓰만 입고 견디는 우리집 외계인들이나 하는짓이지…흥!
미네소타에 온지도 벌써 14년이 다 되었다. 이러코롬 매섭고 서러운 겨울을 벌써 14번을 내가 견딘것이다. 전에도 말했듯이 우리 룸메는 겨울에도 창문을 살짜쿵 열어두고 생활을 하신다.
“춥다고? 히타 니맘대로 맘껏 틀어도 돼…씨익” 라고 니끼한 멘트를 날려주신다. 생각해주는척 하지만 실제로는 난방비에 달달 떠는 나의 서민근성을 알기에 저런 큰소리 치는것이다. 가난한 고학생 시절을 힘겹게 보낸 나는 아직도 한두푼 아끼려고 바둥거리면서 실내온도 68도 정도에 맞춰 놓고 살고 있는데 이놈의 룸메는 그와중에도 창문을 살짜쿵 열고 산다. 같이 사는 나는 얼어죽을 지경인데 나의 외동딸은 시원해서 좋다고 한다. 뭔가 이 외계인들의 체감온도는 인간들과 달라서 평범한 인간인 나만 항상 덜덜 떨며 괴로와하곤 했었다. 그러던중 우리집 실내온도에 약간의 변화가 왔다. 왠지 차츰차츰 춥지 않게 느껴지더니… 드디어 나는 집안에서도 늘 껴입고 있던 겨울 잠바를 벗어던지게 된것이다. 항상 한기가 돌던 집안온도가 평소 기온보다 약 2도 가량 높게 세팅이 된듯 느껴졌다. 어찌된 일이가 봤더니 외계인 스럽던 룸메가 마치 인.간.처럼 추위를 타는게 아닌가!?. 우째된 일이지? 집온도를 70도에 맞춰놓은 것이다. 창문도 닫혀있다. 뭐지? 무슨일이지? 이렇게 신날데가! 흥분을 가라 않히고 룸메의 주변을 맴돌며 나의 날카로운 매의 눈으로 외계인을 관찰 했다. 아.항! 외계인이 나이가 들더니 몸이 부실해져서 추위를 타는것이 틀림없었다. 오!예! 나는 신이 나서 룸메에게 달려가서 약올려주었다. “흐마야! 인자 쫌 추버진나 (추워졌어?) 늙으끼네 서럽제? 니가 히타 온도를 2도씩이나 올릿뿐나(올렸니?)! 마이 추부마(많이 추우면) 내가 빨간 내복이라도 사다주꾸마!? 핫핫핫!!” 라면서 옆에서 겔겔 대며 오도방정 떨던 내가 눈꼴시려웠던지 룸메가 말했다. “야, 일도는 내가 늙어서 그렇다 치고 나머지 일도는 ……니가 살이 데룩데룩 쪄서 추위를 못느끼는거거덩, 지방땜시 ㅋㅋ” …….아-놔!!! 이 외계인이 사람 혈압 지대로 오르게 하시네! 분노한 나는 나에게 고따구로 말하것에 대한 보복조치로 룸메에게 아주 무서운 형벌을 가하기로 했다. 두고두고 본보기가 될수 있도록! 그것은 매일매일 양식만! 먹기! 국물이 없으면 밥을 못넘기는 룸메, 니, 고마 쌩고생 좀 해봐라이 ㅋ!
그런데! ……………요롷고롬 얄입게 굴던 룸메가 눈이 오기 시작하면 갑자기 나이스 한척! 하신다. 다 꿍꿍이가 있는게 빤히 보이는데도 또 옆에서 셀셀거리면서 이쁜짓하면 또 그게, 귀여붜 보이는것이..참, 나도 고질병이지, 쳇! 암튼 눈이 오면 스키 타러 갈 생각에 들뜬 룸메는 24시간 해피하시다. 온동네 스키장을 매일 가다시피 두루 찾아 가주시고 사방으로 가볍게 운전해서 갈수 있는가까운 (5 시간 운전이 가까운거냐고!!!) 거리는 주말에 가볍게 뛰어 주시고 빨간 공휴일이 끼어 있는 날에는 조금더 무리를 해서 다른주로 가주시고 연휴가 끼어 있는 주에는 좀더 장거리(14시간 운전!!!)를 뛰어 주신다……. 어이, 힘이 그렇게나 남아돌면 화분에 있는 흙이나 비워달란 말이야!!
나? 아무것도 안하고 짐짝처럼 실려만 뎅기려는 나의 애처로운 바람은 이루어 지지 않는다.
나는 이사짐센터 짐꾼(스키여행 짐은 거의 이사수준이다, 흐미…),
대리기사 (아주 가끔 지가 졸릴때도 멈추지 않고 빨리 가려고 나를 대리운전 시키신다, 헐…),
차량전용 엔터테이너 (지가 졸리지 않게 옆에서 놀아달라신다, 아-놔…)
셔틀버스 운전기사(숙소에서 제일 가까운 리프트로 모셔다 드인다, 아.우….),
밥집 아줌마(……..여행가서도 한국 음식찾으신다, 게다가 배달도 간다, 젠장),
5분 대기조 (미국인 버글거리는 스키장 샬렛에서도 컵라면 대령하라신다, 허걱…),
출장 메이드(호텔, 리조트에서도 매일 해야 하는 집안일의 기타등등은 줄지 않는다, 커컥…),
찍사 (무거운 카메라 들고 눈을 헤치고 올라가서 찍어달라신다, 이런…),
개인비서 라고 쓰고 시다바리라고 읽는다 (예약, 티켓 등등 모든 허드렛일 발로 뛰라신다, 허허…),
그외 기타등등 나를 요리조리 잘도 부려먹는 탁월한 재능을 지니신 룸메가 나를 이렇게 무자비하게도 무수리 취급해도 내가 끽소리도 못하고 다 해주는 이유는…………….룸메를 꼭! 닮은 내 귀한 외동딸이라는 인질 때문…………………..그넘도 스키를 즐겨 타신다..엉엉, 내팔자야…
레이크 타호 주변의 스키장들
헤븐리
캘리포이아와 네바다를 걸치고 있어서 한번은 갈만했다. 그치만 이름처럼 그리 헤븐스럽지는 않았다는게 나의 생각이다. 레이크타호 까지 차로 여행하기는 너무 멀고 레이크타호 까지 비행기표는 너무 비싸서 편법을 썼다. 우선 비행기로 라스베가스로 간 다음 차를 렌트해서 레이크타호로 가는것. 간김에 라스베가스에서도 놀아주고…ㅎㅎ 레이크타호를 내려다 보면서 스키를 타는 멋진 경험을 할수 있다. 그런데 단점도 있다. 우선 날씨가 나쁘면 자동차로 가기 힘들어 진다. 눈이 오면 지대가 오르막길이라서 스노우 타이어나 체인이 꼭 필요하다. 스키장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 곤돌라나 리프트 타는데 너무 오래 기다리게 된다. 게다가 숙소도 약간 비싼편이다. 카지노가 있긴하지만 라스베가스와 비교해 보면 시설에 비해 가격은 쎈편이다. 또 먹을만한 식당도 별로 없었다. 가격은 비싼데 음식은 별로라는 리뷰가 많아서 안전하게 카지노에서 먹었는데 맛은 그냥저냥했다. 게다가 미네소타에서 호수를 허구헌날 봐서 그런지 레이크타호를 보고 그리 깊은 감명은 없었다. 차라리 콜로라도 갔을때 록키산맥을 스노우모빌 탔을때가 더 좋았던듯! 그래도 오는길에 데쓰벨리를 지나서 오니 나름 재밌게 보내고 왔지만 그래도 역시 너무 운전을 많이 해서 힘들었던 기억이….
노쓰스타
헤븐리에 약간 실망을 하고 노쓰스타에는 기대를 안해서인지 의외로 괜찮았었다. 스키런도 좋은편이라고 한다. 빌리지도 예쁘고 오고 가는 길에 호수를 타고 다니면 경치도 볼만해서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헤븐리에 비해 사람도 많지 않아서 스키도 제대로 타고 올수 있었던듯. 헤븐리에서 약 한시간 반 정도 운전해 갔는데 갈만한 코스였다. 예쁜 동네, 좋은 집들 구경하는것을 좋아 한다면 반드시 인크라인 빌리지를 낮시간동안 지나갈것을 추천한다.
커크우드
스키타는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커크우드가 동네 스키장 보다 못하다고 느꼈다. 헤븐리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할수 없이 갔었는데 주차장도 불편하고 샬렛도 마땅치 않고 먹을만한데가 없어서 실망했다. 그래도 에픽패스가 있어서 여기저기 다 가봐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갔다. 다시는 안갈듯!